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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밤하늘의 주인공, 오리온자리와 성운 관측 및 촬영법

사계절 중 천체 관측가들이 가장 설레는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 '겨울'입니다. 겨울은 대기가 매우 건조하고 투명할 뿐만 아니라, 밤하늘을 수놓는 밝은 1등성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겨울철 밤하늘의 중심에는 천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거대한 주인공, 바로 '오리온자리'가 있습니다.
​오리온자리는 그 자체로도 화려하지만, 그 내부에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심우주 천체인 '오리온 대성운(M42)'을 품고 있어 입문자들의 완벽한 이정표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겨울 밤바람을 맞으며 망원경을 대면, 추위 때문에 장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성운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저 역시 초보 시절 겨울철 칼바람 속에서 렌즈에 가득 찬 성에를 닦아내느라 정작 성운은 구경도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오리온자리를 기준으로 우주의 요람이라 불리는 성운을 관측하고 촬영하는 실전 가이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밤하늘의 사냥꾼, 오리온자리와 삼태성 찾기

​오리온자리를 찾는 것은 밤하늘에서 가장 쉽습니다. 겨울철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에 띄게 밝은 사각형 모양의 별 무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각형의 정중앙에는 세 개의 밝은 별이 자로 댄 듯 일직선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천문학에서 대장군 별이라 불렸고, 흔히 '삼태성'이라고 부르는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입니다.
​이 삼태성을 찾았다면 오리온자리의 뼈대를 모두 잡은 것입니다. 삼태성의 왼쪽 위에는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초거성인 '베텔게우스'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차갑고 푸르게 빛나는 '리겔'이 대각선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밝은 별들은 도심의 극심한 광공해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꼭 시골로 떠나지 않더라도 퇴근길에 고개만 들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고마운 길잡이입니다.

​2. 맨눈과 쌍안경으로 만나는 우주의 요람, 오리온 대성운(M42)

​오리온자리의 진짜 매력은 삼태성 아래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삼태성 아래로 세 개의 희미한 별이 수직으로 조르르 내려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오리온의 칼에 해당한다고 하여 '소삼태성'이라고 부릅니다. 이 소삼태성의 중간 부분을 가만히 응시해 보세요. 주변의 일반적인 별들과 다르게 무언가 뿌연 먼지나 구름처럼 번져 보이는 정체 모를 천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것이 바로 지구에서 약 1,3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별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는 '오리온 대성운(M42)'입니다.
​이 성운은 워낙 밝아서 시골의 어두운 하늘에서는 맨눈으로도 그 존재가 확인되며, 지난 7편에서 추천해 드린 10x50 규격의 쌍안경으로 바라보면 새의 날개처럼 양옆으로 부드럽게 퍼진 신비로운 가스 구름의 형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만약 입문용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있다면 배율을 50배에서 100배 사이로 맞추고 성운의 중심부를 관찰해 보세요. 성운의 가장 깊은 곳에서 갓 태어난 네 개의 아기 별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모여 반짝이는 '트라페지움(사다리꼴 성단)'을 마주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3. 겨울철 야간 관측의 복병, '성에'와 촬영 세팅법

​오리온 대성운을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 세팅법은 지난 8편의 은하수 촬영과 유사합니다. 수동 모드(M)에서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ISO는 1600 전후, 셔터 스피드는 별이 흐르지 않게 8초에서 10초 사이로 짧게 여러 장 찍는 것이 좋습니다. 오리온 대성운은 은하수보다 중심부가 매우 밝기 때문에 너무 오래 노출을 주면 중심부의 아름다운 트라페지움 별들이 하얗게 뭉개져 버리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겨울철 촬영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복병은 카메라 세팅이 아니라 '이슬과 성에'입니다. 야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망원경렌즈나 카메라 렌즈는 금방 차가워집니다. 이때 주변 대기 중의 수증기가 렌즈 표면에 달라붙어 물방울이 맺히거나 얼어붙는 성에 현상이 발생합니다. 렌즈에 김이 서리면 사진이 안개 낀 것처럼 전면 화이트아웃이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장의 베테랑들은 렌즈 주변에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길쭉한 가림막을 만들어 씌우는 '이슬 방지 후드'를 반드시 장착합니다. 더 확실한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USB 타입의 '렌즈 발열 패드'를 감아 렌즈의 온도를 대기 온도보다 살짝 높게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핫팩을 고무줄로 렌즈 주변에 묶어두는 것도 훌륭한 임시방편이 됩니다. 절대 입김으로 렌즈를 불거나 거친 패딩 소매로 렌즈를 닦지 마세요. 코팅이 상할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성에가 밀려 렌즈를 완전히 못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겨울철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는 가운데 나열된 세 개의 별 '삼태성'을 중심으로 베텔게우스와 리겔을 찾으면 쉽게 조준할 수 있습니다.
​삼태성 아래 소삼태성 중앙에 위치한 '오리온 대성운(M42)'은 맨눈이나 쌍안경으로도 부드러운 가스 구름과 그 안의 아기 별 무리(트라페지움)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관측 및 촬영 시에는 대기 중 수증기가 렌즈에 얼어붙는 '성에'를 방지하기 위해 이슬 후드나 발열 패드(또는 핫팩)를 활용해 장비를 보호해야 합니다.